월야·해보에 내걸린 밀실행정 비판 현수막

함평군 월야면과 해보면 일대 주요 도로변에 최근 행정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격앙된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 몰래 진행되는 지중화 송전선로 매설 공사 즉각 중단하라”, “주민 무시하는 밀실 행정 그만하라”는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다.

사건의 발단은 알파자산운용이 영광 지역에 추진 중인 태양광 발전 단지의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일진전기가 시공하는 154kV 지중화 송전선로 건설 공사다. 해당 사업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은 건으로, 함평군청은 2024년 12월 도로굴착 심의를 진행하며 이를 인지했다.

문제는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지역 주민들이 공사가 실제 시작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상급 기관의 허가 사항이라 협조가 불가피했다 할지라도, 대규모 송전선로 매설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주민 수용성 확보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24년 심의에 참여하여 심의 의견도 제출하지 않은 전 군의원 A씨

심지어 2024년 12월 당시 도로굴착 심의위원으로 참석했던 전 군의원 A 씨조차 심의 과정에서 별다른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어떠한 안내나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실제 굴착 공사가 시작된 해보면 일부 구간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작 함평군 행정은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이라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불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주민들은 "과거 용천사 사태 때처럼 행정은 진작에 다 알고 있었면서 주민만 바보로 만드는 '밀실 행정'과 '행정편의주의'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야·해보지역의 지중화 황금노선을 타지역 민간사업자에게...

이번 사업은 단순히 알 권리 침해를 넘어 월야·해보 지역의 미래 발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현재 월야와 해보 지역은 이미 전력 계통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지역 내 주민이나 사업자가 태양광 발전 허가를 받고도 계통 연계를 하지 못해 착공조차 못 하는 건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로 하부 등 지중화 선로를 매설할 수 있는 한정된 '황금 노선'을 타지역 민간 발전 사업자에게 통째로 내어주는 꼴이 됐다. 이는 향후 함평 지역의 인프라 확장이나 자체 에너지 사업 추진 시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보면과 월야면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공식 구성하고, 공사 중단 요구와 함께 함평군의 책임 있는 해명 및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주민들의 미래가 걸린 공공 자산이 주민 몰래 타지역 사업자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었다는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선종인 기자 jebo@k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