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요 양파 주산지 들녘이 수확의 노래 대신 트랙터의 굉음과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역대급 풍작으로 양파 수확량은 늘었으나, 시장 가격이 생산비의 턱밑까지 무너지면서 농민들이 평생 일궈온 밭을 스스로 갈아엎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15일 오전,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주최로 전남, 전북, 경남, 경북의 주요 주산지 4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이 전개되었다.
■ 캐면 캘수록 손해, ‘마지기당 최소 40만 원’ 적자 성적표
본지가 현장의 수확량과 현재 시장가를 분석한 결과, 농민들이 마주한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올해처럼 풍작인 경우 조생종 양파는 평당 약 22kg 내외가 수확된다. 이를 농촌의 기본 단위인 한 마지기(200평)로 환산하면 약 4,400kg(4.4톤)의 양파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현재 시장 가격인 kg당 600원을 적용하면, 한 마지기 농사로 벌어들이는 총매출은 고작 264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종묘비와 비료값, 멀칭 비닐, 방제비에 치솟은 인건비까지 합친 마지기당 평균 생산비는 300만 원을 훌쩍 상회한다. 즉, 농민들은 한 마지기 농사를 지을 때마다 최소 40만 원 이상의 생돈을 길바닥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4.4톤의 양파를 수확해 시장에 내놓는 수고를 할수록 빚만 더 늘어나는 ‘악마의 계산법’이 농촌을 지배하고 있다.
■ “차라리 묻는 게 낫다”... 전남북·경남북 한목소리 트랙터 시위
이 같은 현실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15일 오전 11시, 전국 4개 주요 지역에서 동시다발 투쟁을 벌였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 마산리 813)
전북 완주군 (고산면 남봉리 909)
경북 김천시 (구성면 광명3길 192)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456)
농민들은 이른바 ‘송미령 장관 해임하라!’는 실명 규탄 웹자보와 성명서를 들고 트랙터를 몰아 자식처럼 키운 양파를 흙 속으로 파묻으며 오열했다.

■ 정책 부재가 부른 인재, “저농산물 정책·수급 실패”
현장의 농민들은 이번 사태가 기후 때문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방조’와 ‘수급 정책 실패’가 부른 인재라고 비판했다. 농민들이 연초부터 과잉 생산을 우려하며 선제적인 수급 조절을 요구했음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 사이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중국산 수입 양파를 들여오며 국내 산지 가격 폭락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전국 농민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조생종 및 중만생종 양파의 최소 생산비인 1kg당 800원 보장, ▲10만 톤 규모의 즉각적인 공공비축 수매 시행, ▲무분별한 수입 중단 및 선제적 수급 관리 시스템 구축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무능장관 송미령 장관 해임’을 명확히 요구하며 국가는 농업 포기를 멈추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풍년의 기쁨이 농민의 피눈물로 돌아오는 이 모순적인 구조가 방치된다면, 식량 주권은 사라지고 농촌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장의 뒤에 숨지 말고,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
송주환 기자 jebo@k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