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산 조생양파 출하를 앞두고 산지 가격이 급락하자 양파 생산자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급·수입 관리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생산자들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수입 문턱을 낮출 때는 빠르면서도, 가격이 붕괴하는 국면에서는 비축·시장격리 등 실효성 있는 대응이 늦었다고 주장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3월 5일 오후 2시 전남·전북·경남·경북·제주 도청 앞에서 ‘양파 수확기 가격 폭락 저지 및 수입양파 근본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협회는 “2026년산 양파는 아직 밭에 서 있는데 가격은 이미 쓰러졌다”며 수확기 이전 정부 비축물량의 시장 격리(또는 폐기), 생산비 보장 대책, 농협 계약재배 확대, 민간 수입양파 통관·검역 강화 등을 요구했다.
생산자들이 내세운 핵심 구호는 “kg당 800원 이상 보장”이다. 협회 측은 “정상적인 생산·유통 비용을 감안하면 1kg에 1,200~1,300원 수준이 돼야 하지만 산지 가격이 700원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비료·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 속 ‘생산비 이하 가격’이 고착될 경우 재배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가격 지표도 급락 흐름을 보여준다. 농민신문은 3월 5일 서울 가락시장 기준 국산 양파(15kg 상품) 거래가격이 1만2367원으로, 전년 3월 평균 대비 51.3% 낮다고 보도했다. 출하 전부터 가격이 크게 밀린 셈이다.

“수입은 열어놓고, 관리·매뉴얼은 없다”…정부 책임론 확산
생산자들의 비판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수급 대응의 ‘속도’ 문제다. 생산자들은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TRQ(저율관세할당) 카드가 거론되지만, 가격이 붕괴할 때는 정부 비축·출하 조절이 늦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 비축물량이 수확기 직전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사전에 명확한 원칙(매뉴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둘째, 민간 수입양파 통관 구조의 허점이다. 생산자단체는 저가 신고가 가능하고 서류 중심으로 통관이 이뤄지는 구조가 “불공정 경쟁”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땀으로 가격을 만드는 생산자”와 “서류로 가격을 만드는 수입 구조”가 맞붙는 판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셋째, ‘물가’와 ‘농가소득’ 사이의 정책 균형 실패다. 수입은 소비자 체감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과 식량 체계가 취약해진다. 생산자들은 정부가 단기 물가에 더 무게를 두면서 국내 생산기반을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본다.

정부 “수입양파 관리 강화” 회의…하지만 농가는 “이미 늦었다”
정부도 최근 수입 관리 강화 움직임을 내놨다. 농민신문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4일 관세청·식약처·농관원·aT 등과 함께 ‘조생양파 출하기 수입양파 관리 강화’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불법 통관 등으로 국내 생산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협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식품부는 2월 초 양파 도매가격 약세가 지속되자 정부 수매비축 물량 가운데 1만5000톤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시장격리를 추진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다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농가와 생산자단체는 “회의와 발표만으로 가격이 회복되진 않는다”며, ▲수확기 이전 비축물량 처리 원칙의 명문화 ▲저가 신고 차단 등 통관 구조 개선 ▲성출하기 검사·이력관리 실효성 강화 같은 ‘제도 레벨’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자에겐 공정한 가격, 소비자에겐 합리적 가격”…해법은 ‘예측 가능한 룰’
이번 사태는 양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도 커진다. 한 번 흔들린 품목은 다음 품목으로 연쇄 전이될 수 있어서다. 결국 핵심은 “그때그때 대응”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농가·농협·유통·수입)가 예측 가능한 수급 매뉴얼과 수입 관리 원칙을 정부가 제도화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요구다.
양파 생산자단체는 기자회견 이후 각 도의회에 대정부 건의문을 전달하고 결의문 채택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수입 관리 강화”를 넘어 ‘가격 폭락을 막는 선제적 수급 운영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할지, 3월 중순 조생양파 출하가 본격화되기 전이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